55 보급창의 역사
55 보급창은 단순한 군수 창고가 아니라 부산의 근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 태평양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군은 부산항과 가까운 범일동 일대에 대규모 군수물자 저장고를 건설하여 아시아 전역으로 보급할 병참 기지로 활용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철도·항만이 인접해 군수 수송에 최적화된 입지였기에 선택된 것이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이 부지는 미군에 의해 접수되었습니다. 곧이어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55 보급창은 미군 군수 보급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부산항 8부두를 통해 들어오는 무기·식량·연료·장비가 이곳에 일시 저장된 후 전국의 미군 기지와 한국군 부대로 배분되었습니다. 이 시기 55 보급창은 단순한 창고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부산을 유엔군 후방 보급 기지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55 보급창은 미군의 군수지원 창고로 꾸준히 활용되었고, 부산 시민들에게는 ‘외국 군대의 흔적’이자 동시에 ‘도심 속에 존재하는 닫힌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범일동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면서도 철조망과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되었기에, 일반인들은 오랫동안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심 속 미지의 공간이라는 이미지도 생겨났습니다.